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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히말라야 중턱에 한국의 수제비를 파는 집이 있다 점심에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일명 '항아리 수제비', 항아리만큼 커다란 그릇에 한가득 담긴 수제비가 참 맛났습니다. 문득 히말라야 중턱에서 먹었던 '뗌뚝'이 떠오릅니다. 추억의 부스러기 네번째 이야기…… 향신료가 강한 인도 음식에 슬슬 진저리가 처질 즈음, 다람살라(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히말라야 중턱의 고산 도시)에 도착했다. 티베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만큼 먹거리 역시 티베트 전통음식이 주류를 이뤘다. 티베트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다. 우리네 청포묵을 빼다 박은 ‘라핑’을 비롯해 수제비와 흡사한 ‘뗌뚝’, 칼국수를 닮은 ‘뚝빠’, 만두와 비슷한 ‘모모’ 등 식욕 잃은 한국여행자에게 다람살라는 ‘미각재활훈련센터’같은 곳이다. 한날 이곳저곳을 쏘다니다 라핑을 파는 노점을 발견했다. 히말라야 산중턱에.. 더보기
히말라야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가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까지 단 1개 봉우리만을 남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3일 8068m 가셔브룸Ⅰ정상을 밟은 오 씨가 마지막 남은 안나푸르나(8091m) 등정에 성공할 경우,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기록하게 된답니다. 기쁜 일입니다. 근데 가슴 한 편이 쓰리고 아릿합니다. 얼마 전 낭가파르바트 하산 도중 추락사한 고(故) 고미영 씨 때문입니다. 고미영 씨 사고 이후 대한민국 산악계로 쓴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란 타이틀을 놓고 벌어진 오 씨와 고 씨 간 무리한 경쟁이 화를 불러왔단 비난이었습니다. ‘최고’ 혹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아야 비로소 조명 받는 산악계의 ‘승자독식주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 더보기
한국 청양고추의 자존심을 걸고 멕시코인과 매운맛 대결 ‘세계일주증후군’의 여파로 무직 증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발적 백수라 딱히 조급하거나 초조하진 않네요. 다만 함께 놀 이가 없어 조금 적적합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입에 단 내 날 정도로 혼자다녔으니 말이죠. 방바닥을 구르다 그것도 싫증나면 제 보물 상자를 열어봅니다. 5대양 6대주가 오롯하게 담겨 있습니다. 구석에서 일기장을 꺼내듭니다. 1년 여정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탓에 꼬질꼬질하기가 ‘거지발싸개’ 수준입니다. 외양이야 어떻든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청년백수의 기를 살려주기에 충분합니다. 일기장에서 몇몇 글들을 발견합니다. 분명 직접 쓴 글이건만 낯섭니다. 여행 중 다니던 신문사에 연재를 했더랬습니다. 아마도 그때 발탁한 ‘주연’들 말고도 ‘보조출연자’들이 여럿 있었나 봅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