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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뒷골목 아이 운동화 씻는 아낙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을 찾았다. 새 단장 중인 베이징은 시끌벅적했다. 끝 간 데 없이 올라가는 빌딩과 말끔한 거리. 추레한 뒷골목 후퉁이 도드라지는 까닭이다. 지구촌의 이목을 붙잡으려 때 빼고 광내는 베이징 한 편에서 아이들의 운동화를 씻는 아낙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더보기
고사리손 굳은살이 슬픈 상하이 서커스 기예다.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진다. 상하이 서커스단 대기실을 지나다 훈련 중인 코흘리개 아이들을 봤다. 낙숫물이 바위도 뚫는다. 어려서 한 우물만 팠기에 저 경지에 도달했겠지. 고사리 손에 가득한 굳은살이 왠지 슬프다. 중국에선 적성보단 생활환경이 서커스 단원을 만든단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이들이다. 더보기
장국영의 자취 살아있는 코즈베이 이쑤시개를 입에 어기적거리며, 쌍권총을 휘두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80, 90년대 한반도를 뒤흔들던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이들을 영웅의 반열에 올려놓은 왕가위 감독까지. 코즈베이에는 홍콩스타의 발자취가 짙게 남아있다. 왕가위 감독은 자신의 영화 배경지로 코즈베이를 자주 선정했단다. 특히 장국영은 의문의 자살을 하기 전 이곳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다고. 더보기
전갈·애벌레 등 '먹거리 전시장' 왕푸징 중국엔 없는 게 없다. 먹거리부터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13억 인구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뭐든 맘만 먹으면 뚝딱 만들어 낸다. 우선 먹거리를 살펴보자.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갯 소리처럼 혀를 내두를 만한 요리 재료가 즐비하다. 베이징의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 이곳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먹자골목'이다. 특히 다양한 '꼬치구이'로 유명한데, 애벌레를 비롯해 전갈, 뱀 등 기상천외한 재료들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적나라하게 튀겨진 각종 재료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뿐. 현지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꼬치를 이에 문다. 소비대국답게 생필품 ' 짝퉁 천국' 먹거리뿐이랴. 소비대국답게 이곳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 특히 모조품을 뜻하는 '짝.. 더보기
자본과 어색한 동거중인 중국 황제 중국 베이징 : 황제시대 유적과 메트로 폴리탄의 동거 내가 베이징을 찾은 때는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5월이었다. 베이징 여정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상하이발 열차는 자정께 낯선 역에 이방인을 떨쳐 놓고 저만치 달아났다. '탁탁'하고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역 안에 진동한다. 거센 빗줄기가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다. 암담하다. 낯선 곳에서 한밤중 덩그러니 남겨진 것도 모자라 세찬 비까지…. 여정 중 가장 힘든 점은 낯선 곳으로의 이동이다. 숙소부터 교통체계, 먹을거리까지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것 없이 새로 시작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처럼 한밤중에 도착한 경우 치안 문제도 불거진다. 소매치기, 퍽치기, 장기매매 등 베이징에 대해 들었던 근거 없는 소문이 귓전을 맴돌더니, 다리가 맥없이 풀린다. 북적대던 .. 더보기
상하이 예원의 용 발톱에 얽힌 비밀 상하이 구시가지에 예원이란 정원이 있다. 명청시대 양식으로 그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중국정원 중에서도 으뜸으로 인정받아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이 예원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다. 명나라의 관료였던 반윤단이란 인물이 1559년 그의 아버지를 기쁘게 하고자 이 정원을 지었단다. 효심이 지나쳤던 탓일까. 그는 당시 황제의 상징으로 오직 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용 문양을 정원의 벽면에 새겼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대신들은 반 씨 가문이 반란을 일으켜 황제 자리에 오르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역모를 꾀한 혐의로 황실에 붙잡혀 간 반윤단은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기지로 목숨을 보전하고, 관직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역모라니 가당치 않습니다. 저희 정원에 새긴 것은 용이 아닙니다.. 더보기
영국 소도시 옮겨놓은 홍콩과 상하이 경남도민일보 '기자'에서 '객원기자'로 신분을 바꿨다. 그리고 세계일주에 나섰다. '세계일주'란 거창한 용어가 다소 쑥스럽지만, '세계를 한 바퀴 도는 행위'라는 사전적 의미에 비추었을 때 꼭 맞는 말이다. 2008년 4월 14일부터 1년 간 6개 대륙을 여행한다. 아시아를 시작으로 오세아니아를 거쳐 북미와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 순의 여정이다. 남극을 제외한 '지구별' 대륙을 모두 섭렵하는 셈이다. 큰 얼개만 정했을 뿐, 나라별 세부적인 계획은 유동적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마당에 낯선 곳에서의 삶을 예단한다는 건 애초에 무리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왜 떠나느냔 물음에 대해선 당장 할 말이 마뜩잖다. 다만 이번 여정을 통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비우고, 또 채워 나갈 생각이다. 버려야 할 것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