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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라는 지명을 처음 들은 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서였다. 여행을 시작하기 한 해 전으로 기억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이 뮤지컬은 잘 알려진 대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곱추>를 원작으로 한다. 극 중반께 여주인공 에스메랄다가 부르는 노래가 있다. <보헤미안>이란 곡인데 가사 중에 안달루시아가 자주 등장한다. 집시였던 에스메랄다는 유랑생활을 숙명으로 여기던 그들 조상과 마찬가지로 떠도는 생활에 익숙하다. 파리에 정착한 그녀는 삶이 고달플 때면 이 노래를 부르며 집시에게 자유를 선사했던 안달루시아를 그린다.


“맨 발로 뛰놀았던 그곳, 안달루시아!, 안달루시아!, 안달루시아!”


그래서일까. 내 상상 속 안달루시아는 집시 에스메랄다를 닮았다. 아리따운 외모에 쾌활한 성격, 자유분방하고 생동감 넘치던 그녀의 이미지는 그대로 안달루시아에 투영됐다. 스페인 아니 유럽 여행을 통틀어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주저 없이 안달루시아를 꼽았던 이유다.


안달루시아의 주도 세비야에 도착하고서 나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눈앞의 풍경이 내가 그려왔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때의 영화로움을 뽐내려는 듯 안달루시아 곳곳에 남아있는 이슬람의 흔적, 가톨릭 문화와 더불어 도심을 수놓고 있는 그 모습이 생경하다. 성당의 첨탑과 이슬람을 상징하는 격자 타일의 어색한 동거, 이슬람 건축의 결정체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과 그 옆에 늘어선 고딕 양식의 엇박자, 이교의 풍경이 한 데 뒤섞인 이곳이 바로 안달루시아다.


                                                        <사진출처 : 스페인 관광청>                                       

이슬람과 가톨릭의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은 부조화는 오히려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곱디고운 얼굴을 하고는 선머슴처럼 뛰놀던 에스메랄다, 외모와 성격의 부조화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했던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균형 잡힌 것보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절기에 맞춰 불어오는 소소리바람은 지중해의 태양을 이기지 못하고 훈풍으로 바뀌어 귓가를 간지럼 태운다. 에스메랄다의 속삭임처럼 달콤하다.


안달루시아에 머무는 동안 나는 왜 그토록 에스메랄다가 이곳을 동경했는지 깨달았다. 이베리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안달루시아는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 대륙과 지척이다. 지리적 특성 상 두 대륙 간의 교류가 활발했다. 또한 세비야를 비롯해 코르도바, 그라나다 등지에서 이슬람 문화를 쉽게 발견할 수 있듯 이곳은 가톨릭과 이슬람이 때로는 공존하고 때로는 다투던 종교의 각축장이기도 했다. 인종과 종교가 얽히고설킨 까닭에 안달루시아는 다른 유럽지역보다 이질적인 것에 관용적이었다. 세계 각지를 떠돌며 온갖 박해와 탄압을 받았던 집시들에게 안달루시아의 관용은 눈물겨웠으리라.


이런 까닭에 안달루시아 지역엔 집시의 문화와 풍습이 많이 남아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시들의 춤인 플라멩코다.


                                                         <사진출처 : 스페인 관광청>

세비야에서 플라멩코를 본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여행하며 숱하게 많은 종류의 춤을 봤지만 이토록 진한 감동을 주는 춤은 처음 이었다. 사실 플라멩코보다 기교적으로 뛰어난 춤은 많다. 관능미로 치자면 아르헨티나의 탱고가, 화려함으론 브라질의 삼바나 인도의 밸리가, 흥겨움으론 콜롬비아와 쿠바의 살사가 플라멩코보다 한 수 위다. 이런 열세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건 플라멩코가 발하는 열정이다.


플라멩코는 15~16세기 경 안달루시아로 흘러들어온 집시들이 만들었다. 예능에 재능을 보인 집시들은 자신들 고유의 노래에 안달루시아 지역의 가락을 혼합하고, 이에 맞춰 춤을 쳤다. 그것이 플라멩코의 시초였다.


전 세계를 떠돌며 온갖 박해를 받았던 집시들의 춤사위는 삶의 애환을 담은 슬픈 몸짓이다. 그래서 플라멩코는 화려하거나 흥겹기보다는 소박하고 절제된 느낌을 준다.


한을 풀려는 듯 저들은 동작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쏟는다. 속세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려는 손발 짓은 때론 처절하다. 무희들은 언제나 무대에서 스러져 죽을 각오로 춤을 춘다.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이 빚어내는 ‘안달루시아의 영혼’ 플라멩코가 열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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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탄타로스
저렇게 춤 추다가 죽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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