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편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4/22 시리아 여행에서 편견의 무서움을 알았다 (36)

편견은 잔인하다. 대상을 생각의 틀에 가둔 채, 멋대로 재단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자, 특히 언론처럼 공신력 있는 기관을 맹신할 경우 편견의 벽은 더욱 견고해 진다.

한 번 굳어진 편견은 좀체 무너지지 않는다. 마치 딱딱한 껍데기에 쌓인 견과류 같다. 그 외벽을 깨기 위해선 커다란 충격이 필요하다. '망치'로 호두 껍데기를 두드리듯, '경험'이란 공이로 힘차게 두드려야 한다.

돌이켜 보면, 시리아 여행은 내 머릿속 호두 껍데기를 부수는 과정이었다.

마을 어귀의 모습이 우리나라 70~80년대 시절을 연상케 한다.



'악의 축' 선입견으로 시작한 여행
현지인의 따뜻한 마음 몸으로 느껴

서구 언론의 편향된 보도와 이를 여과 없이 전하는 국내언론에 익숙한 탓에 시리아 여행을 앞두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악의 축', '불량국가', '인권 사각 지대' 등 타자로부터 주입된 살벌한 이미지가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터키의 국경도시 안타키야에서 육로를 통해 시리아 측 알레포로 넘어오는 내내 흉흉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상상 속에서 나는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자에게 끌려가 개종을 강요당하거나,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당한 후 갖은 고문에 시달리는 처지에 놓이곤 했다.

머리를 흔들어 도리질 쳐보지만, 망상은 쉬 물러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시리아 국경을 통과한 버스가 길 한 편에 정차하고 있었다. 곧 차장이 낯선 아랍어로 뭐라 뭐라 소리친다. 사람들이 짐을 꾸리더니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현지인만 가득한 탓에 영어가 통하질 않았다.

상황으로 짐작건대 여기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라는 말인 듯 했다. 다른 이들의 꽁무니를 쫓아 밖으로 나오자, 황토 빛 중동 풍경이 시선을압도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만난 아이들은 해맑은 미소로 이방인을 환대했다.


간이 정류소엔 변변한 의자 하나 없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기약 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지평선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는데, 지나가던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운전자가 차에 타라는 신호를 보냈다. 덜컥 겁이 나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무안한 듯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두 번째는 트럭이다. 여지없이 나는 험한 인상으로 손사래를 쳤다.

얼룩진 창으론 풍경을 볼 수 없어

버스를 기다리는 30분 동안 스무 대가량의 차를 상대로 같은 일을 반복했다. 뒤늦게 깨달았다. 그들이 낯선 이방인을 도우려 했다는 사실을. 저물녘 허허벌판을 서성이는 내게 대가없이 차편을 제공하려던 것을. 괜한 의심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국경에서 마주한 시리아인의 호의는 시작에 불과했다. 알레포와 하마, 다마스쿠스 등 시리아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나는 현지인의 따뜻한 마음을 온 몸으로 느꼈다.

시리아 중부 도시 하마의 풍경.

국경도시 알레포에 자리한 모스크.


하마에선 단 한 번도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 적이 없다. 손짓만 하면 지나가던 차량이 멈춰 선다. 같은 방향이면 그들은 어김없이 나를 태워다 준다. 커피나 차를 돈 내고 마신 기억도 별로 없다.

거리를 걷다보면 발길을 붙잡고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는 상점 주인이 지천이다. 행여나 길이라도 물어볼라치면 서로들 데려다주겠다고 아우성이다. 동양인이 낯선 아이들은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웬일인지 흘끔거릴 뿐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수줍은 탓이다.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눈길이 마주치면 세차게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이 해맑다.

여정을 통틀어 가장 착한 민족을 꼽으라면 난 주저 없이 시리아인을 택할 것이다. 그들이 내게 베푼 환대와 호의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 이들에게 '악의 축'이란 주홍글씨를 새겼다. 특정 세력에게 쓰일 법한 용어가 한 나라를 통째로 옭아맸다. 그 때부터 이 나라 국민 전체가 악의 무리처럼 여겨졌다. 시리아를 여행하기 전 내 속에 자리하던 편견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위정자들의 정치적 논리에 따라 선량한 시리아인은 하루아침에 폭력적인 민족으로 낙인찍혔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리아를 여행한 후 나는 편견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았다. 일방으로 전해지는 정보에 매달려 왜곡된 시선으로 시리아를 바라봤단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얼룩진 창으론 제대로 된 풍경을 감상할 수 없다. 마찬가지다. 생각의 창에 덕지덕지 붙은 편견의 때를 벗겨 낼 때 비로소 창 너머 진실이 보인다. 시리아가 내게 준 소중한 교훈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탄타로스
저렇게 춤 추다가 죽는 거 아닐까...

내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라는 지명을 처음 들은 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서였다. 여행을 시작하기 한 해 전으로 기억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이 뮤지컬은 잘 알려진 대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곱추>를 원작..

중동 모래사막에서 미아 될 뻔한 사연

주말에 술을 좀 마셨습니다. 사실 과음했습니다. 간만에 중학교 동창을 만나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날이 꼴딱 새는 줄 모르고…. 선배들껜 죄송한 말씀이나 서른 줄에 접어드니 확실히 몸 상태가 전 같지 않습니다. 피 끓던 스무..

저의 세계일주를 소개합니다

부산일보에서 제 여행경험을 소개하고 싶단 제의를 해왔습니다. 세계일주 관련 기획을 하던 중 제 소식을 들었다네요. 누군가를 취재한 경험은 많지만, 막상 그 대상이 되려니 쑥스럽더군요. 창원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스터섬 모아이 빨간 모자의 비밀이 밝혀졌다?

세계일주 후 신문 읽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국제면부터 펴보는 습관이 생긴겁니다. 예전엔 1면부터 읽다가 국제면은 대충 훑고 넘어갔더랬습니다. 기껏해야 제목 혹은 리드문단에만 잠깐씩 눈길을 주곤 했죠. 지금은 국제면을 꼼..

히말라야 중턱에 한국의 수제비를 파는 집이 있다

점심에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일명 '항아리 수제비', 항아리만큼 커다란 그릇에 한가득 담긴 수제비가 참 맛났습니다. 문득 히말라야 중턱에서 먹었던 '뗌뚝'이 떠오릅니다. 추억의 부스러기 네번째 이야기…… 향신료가 강한 인도 음..

히말라야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가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까지 단 1개 봉우리만을 남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3일 8068m 가셔브룸Ⅰ정상을 밟은 오 씨가 마지막 남은 안나푸르나(8091m) 등정에 성공할 경우, 여성으로..

한국 청양고추의 자존심을 걸고 멕시코인과 매운맛 대결

‘세계일주증후군’의 여파로 무직 증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발적 백수라 딱히 조급하거나 초조하진 않네요. 다만 함께 놀 이가 없어 조금 적적합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입에 단 내 날 정도로 혼자다녔으니 말이죠..

죽었다 살아나는 섬을 아는가?

<옴팡지게 쏟아집니다. 이놈의 장맛비! ‘후두둑’하고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백수 마음을 처연하게 만듭니다. 달력을 보니 세계여행을 끝내고 한국 들어온 지 딱 석 달이 되는 날입니다. ‘세계일주증후군’의 여파로 무직 증상에 시..

"1년간의 세계일주", 내가 바라본 지구촌 6대륙

아시아 저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그 범주를 넓히면 동북아시아인, 더 확장하면 아시아인이 됩니다. 여러분도 다르지 않을 테지요. 낯 뜨거운 고백이지만 여행 전 저는 스스로가 뿌리박고 사는 아시아를 우습게 여겼습니다. ‘아시아..

156명이 죽었답니다. 제 친구들은 무사할까요?

비보를 접한 지금 가슴이 먹먹합니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중국 공안의 무차별 폭력으로 156명이 목숨을 잃었다지요. 신장위구르는 티베트와 더불어 중국의 강제 병합 아래 신음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난해 4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