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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누비기

히말라야 중턱에 한국의 수제비를 파는 집이 있다


점심에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일명 '항아리 수제비', 항아리만큼 커다란 그릇에 한가득 담긴 수제비가 참 맛났습니다. 문득 히말라야 중턱에서 먹었던 '뗌뚝'이 떠오릅니다.

추억의 부스러기 네번째 이야기……

향신료가 강한 인도 음식에 슬슬 진저리가 처질 즈음, 다람살라(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히말라야 중턱의 고산 도시)에 도착했다. 티베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만큼 먹거리 역시 티베트 전통음식이 주류를 이뤘다.


티베트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다. 우리네 청포묵을 빼다 박은 ‘라핑’을 비롯해 수제비와 흡사한 ‘뗌뚝’, 칼국수를 닮은 ‘뚝빠’, 만두와 비슷한 ‘모모’ 등 식욕 잃은 한국여행자에게 다람살라는 ‘미각재활훈련센터’같은 곳이다.

                            <우리네 수제비와 만두를 뺴다 박은 티베트 전통음식 '똄뚝'과 '모모'>

한날 이곳저곳을 쏘다니다 라핑을 파는 노점을 발견했다. 히말라야 산중턱에 자리해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소모가 많은 탓에 무척 허기진 상태였다. 라핑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우고 또 한 그릇을 시켰다. 먹는데 정신팔려있던 나를 주인아주머니가 빤히 쳐다본다. 그러더니 바닥을 드러낸 그릇에 라핑을 한 가득 담아주며 웃는다. 그렇게 서 너 그릇을 비우고야 포만감이 밀려왔다.

                                      <청포묵과 닮은 라핑을 한 가득 담아주시는 아주머니>

돈을 내미는데 아주머니가 한사코 한 그릇 값만 받겠단다. 실랑이 끝에 두 그릇 값을 지불하기로 했다. 음식 맛 뿐 아니라 후덕한 인심 또한 한국의 그것을 닮았다.


다람살라에 머무는 내내 그 집을 찾았다. 영어를 못하는 아주머니와 티베트어를 못하는 나, 우리는 늘 말이 없다. 아주머니는 멀리서 내 모습이 보이면 큰 대접에 라핑을 듬뿍 담아 놓는다. 바닥이 보일라치면 다시금 라핑을 퍼 담기를 반복하고는 씩 웃는다. 라핑을 입 한 가득 우겨넣은 채로 나도 웃는다.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진솔하고 따뜻한 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