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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를 걷다 발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낯익은 이름을 목청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소리의 진원지는 맨해튼 UN본부 앞이다.

"반기문! 반기문! 반기문!"

한 무리의 사람들이 티베트 국기를 흔들며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이름을 목청 터져라 불러댔다. 외침이라기 보단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유엔 빌딩 앞에서 중국의 티베트 문화말살을 규탄하는 시위대.


처음엔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반기문'이란 이름 석 자가 반가웠다. 하지만 구호의 내용을 파악하고는 점점 낯이 붉어졌다.

티베트를 향한 중국의 문화학살을 규탄하는 시위대는 이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UN의 직무유기를 규탄하고 있었다. 당연히 화살은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날아들었다.

티베트 참상을 눈으로 목격한 나는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세계의 지도자로 거듭난 반 총장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가. 아님 티베트 문제에 눈을 감고 있는 UN 수장의 직무유기를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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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8.12.25 2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국이 무서운 게지요. 유엔이나 반기문만 그런 건 아닙니다. 진보주의자로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도 티벳 사태에 눈 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기주의적으로 판단하지요. 예를 들면 티벳사태에 관한 한 한나라당과 민노당의 입장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거, 아이러니죠.

향신료가 강한 인도 음식에 슬슬 진저리가 처질 즈음, 다람살라에 도착했다.

티베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이곳은 먹을거리 역시 티베트 전통음식이 주류를 이룬다.

다행히도 티베트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특히 노상에서 판매하는 '라핑'이라는 음식은 우리네 청포묵 맛을 빼다 박았다.

템뚝과 모모.


또 수제비와 흡사한 '뗌뚝', 칼국수를 닮은 '뚝빠', 만두와 비슷한 '모모' 등은 인도 음식에 지친 여행자의 입맛을 돋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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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nfobox.tistory.com/ BlogIcon 리카르도 2008.10.30 2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중이신가봐요. 부럽습니다. 어떤 맛인지 궁금해지네요^^

  2. 나그네 2008.10.31 1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너무 한 것 아닌가요.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것 하나 달랑 올려놓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일러두었기에, 한동안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바라나시에서 오랜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수화기 너머로 '이제야 연락하느냐'는 부모님의 질책이 쏟아졌다. 무사해서 다행이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집안이 발칵 뒤집힐 법도 했다. 네팔과 인도로 넘어오기 직전에 머물렀던 중국의 쓰촨성. 이곳이 지진으로 무너져 몇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인도의 자이푸르에서 폭탄테러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단다.

곧장 PC방으로 달려가 자판에 '지진'과 '폭탄테러'를 두들겼다. 대략 시기를 따져보니 내가 쓰촨성을 떠난 지 사흘 후 천지가 무너져 내렸다. 또한, 여행 일정이 조금 빨랐더라면 자이푸르 폭탄테러 현장에 당도할 뻔했다. 심장이 요동치고, 등골이 오싹했다.

지진과 폭탄테러 소식을 접한 후 마음을 진정시키려 '강가'에서 나룻배를 탔다. 생사가 전혀 낯설지 않은 바라나시에서 인생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그날 저녁,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가'에 나룻배를 띄운 후 해거름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머무르고 있는 바라나시는 중국 쓰촨성과 인도 자이푸르의 중간 지점이다. 공교롭게도 이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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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가축은 발에 차이는 돌멩이만큼이나 흔하다. 어딜 가나 산만한 덩치의 소를 비롯해 당나귀, 닭, 개 등의 가축이 사람과 한데 뒤 섞여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돼지는 보기 힘들다) 도시 전역에서 방목을 하는 셈이다.

시골에서 우리를 만들어 가축을 기르는 우리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는 힌두인의 나라여서일까. 가끔 가축 사이에서도 신분(?)의 차이를 느낀다.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대접이 각기 다르다는 얘기다.


종교적 이유로 신성시되는 소는 사람 못지않은 대우를 누린다. 느릿느릿 거리를 활보해도 누구 하나 소를 몰거나 회초리를 들지 않는다. 다들 소를 피해 둘러갈 뿐. 심지어 도로를 막아서도 운전자들은 소의 행렬을 가만히 지켜본다.


개 팔자도 상팔자다. 네팔에서 개를 묶어 키우는 경우는 없다. 이들은 낮이건 밤이건 골목을 누비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단잠에 빠져들곤 한다.


힌두인의 나라 네팔. 이곳에선 가축 사이에도 계급(?)이 있다. 종교적 이유로 신성시되는 소에 비해 당나귀의 삶은 고단하기 그지없다. 등짝이 휘어지도록 많은 짐을 실은 당나귀 무리가 히말라야를 넘고 있다.


남은 건 당나귀와 닭,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는 불행한 가축이다. 이들의 우열은 히말라야에서 갈렸다.


수천 미터의 히말라야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네팔인은 마을과 마을 사이의 교역을 위해 당나귀를 이용한다. 교역품은 주로 닭이나 쌀, 건축자재 등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닭장을 실은 당나귀가 유독 많다. 등짝이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닭을 싣고 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무정한 상인은 힘에 겨워 마른 콧김을 쏘아대는 당나귀에게 가차없이 회초리를 든다. 당나귀에 실려 편히 산을 오르는 닭의 삶이 그나마 나아 보이는 이유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가련한 당나귀를 보고 속으로 빌었다.


"다음 생엔 부디 소로 태어나렴."

관련 기사 : 히말라야에서 인생의 쉼표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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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7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s://go.idomin.com BlogIcon 정부권 2008.10.27 12: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축에도 계급이 있다니... 충격!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회초리를 맞으며 무거운 짐을 메고 가는 당나귀!
    나도 당나귀 정씬데... ㅋㅋ

  3. Favicon of http://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08.10.27 1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재미있네요.
    문화와 위트가 담긴글 잘보고갑니다^^

  4. Favicon of http://neowind.tistory.com BlogIcon 김천령 2008.10.27 1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나귀가 가엽군요.
    잘 보고 갑니다.

중국 여정이 끝을 향할 때쯤,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40시간에 달한 장거리 기차이동이 발단이 됐지만, 그보다 넘치는 욕심으로 화를 자초한 측면이 컸다.

실크로드에서 출발한 기차는 2박 3일을 쉬지 않고 달리고서야 마지막 목적지인 쓰촨성 청두에 도착했다.

사흘 동안 좁은 공간에서 시체처럼 지낸 탓에 기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 하지만, 휴식보단 한 곳이라도 더 봐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나는 여독을 짊어진 채 길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몸살'이란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들었다. 여파는 꽤 오래갔다. 이틀을 꼬박 앓은 후에야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실크로드 둔황에서 쓰촨성 청두까지 2박 3일. 40시간을 꼬박 기차에서 보내야 했다. 워낙 땅덩이가 넓은 중국이라 대부분의 기차가 침대칸으로 이뤄져 있는데, 보는 바와 같이 공간이 좁다. 기차여행 후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성장통'을 앓고 난 후 초보여행자는 그간의 여정을 돌아봤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의무감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발품을 판 기억밖에 없다.

누군가 말했다. "일상이 삶의 '산문'이라면, 여행은 삶의 '시'다"라고.  나는 여정의 패턴을 바꾸리라 결심했다. 긴 호흡으로 쉼 없이 써내려가는 산문이 아니라, 운율과 리듬, 그리고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시 같은 여행을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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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엔 없는 게 없다. 먹거리부터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13억 인구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뭐든 맘만 먹으면 뚝딱 만들어 낸다.

우선 먹거리를 살펴보자.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갯 소리처럼 혀를 내두를 만한 요리 재료가 즐비하다.

베이징의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 이곳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먹자골목'이다.

왕푸징 먹자골목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전갈 꼬치 구이. 맛은 그런대로 고소했으나, 적나라하게 튀겨진 모습이 무섭다.


특히 다양한 '꼬치구이'로 유명한데, 애벌레를 비롯해 전갈, 뱀 등 기상천외한 재료들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적나라하게 튀겨진 각종 재료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뿐. 현지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꼬치를 이에 문다.

소비대국답게 생필품 ' 짝퉁 천국'

먹거리뿐이랴. 소비대국답게 이곳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 특히 모조품을 뜻하는 '짝퉁'의 범람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될 정도다.

한때 이 분야에서 선두자리를 굳건히 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명함도 못 내밀 판.

베이징 시내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상점 간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anything is possible'이란 표어, 분명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그랬다. 유명 스포츠 업체를 상징하는 'nothing is impssible'을 교묘히 바꾼 것. 설마하고 매장에 들어가니 모든 게 유명업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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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8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상하이 구시가지에 예원이란 정원이 있다. 명청시대 양식으로 그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중국정원 중에서도 으뜸으로 인정받아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이 예원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다.

명나라의 관료였던 반윤단이란 인물이 1559년 그의 아버지를 기쁘게 하고자 이 정원을 지었단다.

효심이 지나쳤던 탓일까. 그는 당시 황제의 상징으로 오직 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용 문양을 정원의 벽면에 새겼다.

명청시대 정원 양식 중 최고로 꼽히는 예원은 그 유려함 때문에 연일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대신들은 반 씨 가문이 반란을 일으켜 황제 자리에 오르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역모를 꾀한 혐의로 황실에 붙잡혀 간 반윤단은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기지로 목숨을 보전하고, 관직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역모라니 가당치 않습니다. 저희 정원에 새긴 것은 용이 아닙니다. 단지 비슷하게 생겼을 뿐 자세히 보면 발톱이 3개뿐 이지 않습니까? 용은 자고로 발톱이 5개인 영물입니다. 따라서 이는 용이 아닙니다."

예원을 둘러싼 벽면에는 발톱이 3개인 용 문양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다. 만약 용발톱이 정상적으로 새겨졌다면 오늘날 예원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예원 벽면에 장식된 용의 발톱은 3개였다.

야사에 따르면 당시 벽면에 용을 새기던 석공의 실수로 발톱이 3개만 조각됐다니,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이 딱 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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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ticles.so BlogIcon ezine articles 2011.08.02 0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읽기 실제로 매우 흥미로운 기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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